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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개혁’ 절실하다

Historymaker731 2010. 3. 9. 23:49

 

[미디어칼럼]‘방문진 개혁’ 절실하다

 김평호 | 단국대 교수 언론학
 

문진의 전횡으로 비롯된 MBC 사태의 와중에 신임 사장과 노조 간에 일단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자 방문진의 여권이사들과 수구신문들까지 나서서 신임사장에게 어깃장을 놓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노동조합이 문제의 본질을 놓친 채 관제 사장과 타협의 길로 들어섰다며 비판하고 있다.

문화방송 노조는 매우 단호한 자세로 방문진의 개혁, 관제사장과 이사들의 퇴진을 내걸었었다. 여기에 여러 사회단체와 야당, 그리고 뜻을 같이하는 많은 시민들이 적극 호응했었다. 그것은 MBC 사태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행태에 대한 시민적 분노의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너무도 빨리, 대화의 형식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이렇다할 내용도 없이 사태수습에 나섰다. 비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방문진이다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애초부터 권력의 망나니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김우룡 이사장과 여권 이사들이다. 설립된 이래 지난 20여년간 방문진이 이토록 MBC 인사에 개입하거나 프로그램에 개입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판언론을 옥죄려는 권력의 충성집단이 되어 MBC를 혼돈의 와중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는 한편 방문진 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문진 법을 개정하고 방문진 이사직 자체의 성격과 내용을 바꿀 필요가 있다. MBC 경영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 및 감독 기능 등을 명시하고 있는 방문진 법은 1987년 6월항쟁의 산물로, 방송을 자본과 정치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법은 원칙과 목적에 더욱 초점을 두었고, 그 때문에 대체로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쓰여 있다. 따라서 애매한 부분이 없지 않다. 문제는 김우룡 이사장이나 여권 이사들이 이런 애매한 점을 역으로 이용해 법의 기본취지와 방문진의 설립목적을 외면한 채 MBC를 겁박하고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권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이명박 정권 들어 방문진 이사진은 권력의 의도에 부응하는 대가로 권력이 나누어준 은전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그 은전에는 이사라는 고위직과 함께 이사장은 1억2000만원, 이사는 5000만원 정도의 연간 소득도 포함된다. 사실 이들이 하는 업무내용과 연봉으로 보면 방문진 이사는 누구 말대로 우주에서 가장 좋은 보직일 수 있다. 이런 자리와 은전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은 언론을 장악하려는 권력에 충성을 바치면서, 방송문화를 진흥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문화를 초토화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개혁 방안의 첫째는 방문진 법의 애매한 부분을 명료하게 개정하는 것이고, 둘째는 강준만 교수가 제안했듯이 방문진 이사직을 교통비 정도의 실비만 지급하는 명예직으로 만드는 것이다.

방문진의 소관업무와 내용, 권한 등을 명확하게 한다면 자의적 해석이나 외부의 개입을 초래할 수 있는 빌미는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사직을 명예직으로 하면 돈을 미끼로 사람을 사려는 권력의 놀음도 일정하게 예방할 수 있다. 나아가 은전을 바라고 권력에 충성하는, 언론기관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야 할 행태나 사고방식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 뿐인가? 적지 않은 금액의 돈도 절약된다. 이 돈을 건강한 방송문화 발전에 쓴다면 비용대비 효과 또한 훨씬 높음은 물론이다.

이런 여러 효과를 가진 방문진 개혁방안을 미룰 이유는 없다. 그리고 이는 사실 벌써 여러 차례 제기된 방안이기도 하다.

일찍이 방문진 이사의 무보수 명예직화를 제안했던 강준만 교수는 ‘그럼 누가 이사를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걱정하지 말라, 방송개혁에 진정한 뜻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 들여가면서라도 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3091754255&code=940705